어쩔수가없다 줄거리, 인물설명, 총평

이병헌, 이성민, 염혜란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표면적으로는 실직과 생존 경쟁을 다룬 범죄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본성, 도덕 규범, 자유의지에 대한 질문이 촘촘히 설계되어 있습니다. 연기력에 대한 찬사는 잠시 내려두고, 작품의 구조와 상징, 인물의 변화를 중심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줄거리
주인공 유만수는 제지업 회사에서 일하던 가장입니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직원이었지만, AI 기술 도입과 구조조정이라는 현실 앞에서 하루아침에 실직 위기에 놓입니다. 회사는 점점 인력을 줄이고, 생존 경쟁은 치열해집니다. 만수는 다시 정규직 자리를 얻기 위해 경쟁자들과 면접을 치르게 됩니다.
처음의 만수는 동료들을 걱정하고, 일방적 해고의 부당함을 말하려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는 점차 변합니다. 경쟁자들이 사라질수록 자신의 기회가 커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세 번의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건은 우발적인 사고처럼 벌어집니다. 소음과 긴장, 당황 속에서 방아쇠를 당기며 그는 여전히 죄책감과 망설임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세 번째 살인은 다릅니다. 그는 처음부터 계산적으로 접근하고, 상대를 자극하며, 계획대로 움직입니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닌, 의지에 따른 선택이 됩니다.
결국 거대한 제지 공장에는 만수 혼자만 남게 됩니다.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제거한 결과 그는 고립된 존재가 됩니다.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에게 되뇌입니다. “어쩔 수 없다”고.
2. 인물설명
유만수는 선과 욕망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인물입니다. 제지업에 종사하면서도 온실에서 나무를 기르는 취미를 가진 설정은 그의 내적 모순을 상징합니다. 특히 영화 속 분재는 중요한 상징물입니다. 자유롭게 자라지 못하고 철사에 묶인 나무는 사회적 규범에 억눌린 인간의 본능을 보여줍니다. 만수 역시 손바닥에 메모를 적어두며 스스로를 통제하지만, 마지막에는 그마저도 사라집니다.
아라는 본능에 가장 충실한 인물입니다. 남편의 실직 이후에도 현실적 공감 대신 자신의 욕망을 우선하며, 결국 극단적인 선택까지 감행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만수의 범죄를 덮어주는 역할을 하며 악의 동맹을 형성합니다. 뱀이라는 상징을 통해 연결된 두 사람은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며 공존합니다.
딸은 또 다른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타인의 말을 따라 하는 습관을 지녔지만, 억눌린 본성을 예술로 승화합니다. 결말에서 자유롭게 자란 화분들 사이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장면은 억압되지 않은 본능의 표현입니다. 같은 가정에서 자랐지만, 그녀는 폭력이 아닌 예술을 선택합니다.
아들은 만수와 미리의 중간 지점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순수하고 현실적인 엄마를 닮았지만, 점차 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며 범죄에 가담합니다. 그는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결국 아버지와 손을 잡습니다. 이는 인간이 환경과 관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줍니다.
3. 총평
<어쩔수가없다>는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닙니다. 온실과 분재, 손바닥 메모, 소리의 대비, 귀마개, 아이패드로 바뀐 메모장 등 수많은 장치가 인간의 본성과 사회 구조를 드러냅니다. 기술 발전은 종이 산업의 몰락을 예고하고, 이는 곧 인간 노동의 축소와 생존 경쟁을 의미합니다. 점점 인간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우리 시대에 어떻게 미래를 대비해야할지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건드리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묻습니다. 인간은 타고난 본성대로 움직이는 존재일까요, 아니면 선택을 통해 스스로를 규정하는 존재일까요. 만수는 계속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만, 마지막 살인은 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그의 주문은 현실의 압박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욕망을 합리화하는 변명일지도 모릅니다.
블랙코미디적 연출과 묵직한 철학적 질문이 결합된 이 작품은, 관객에게 불편한 여운을 남깁니다. 살아남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존재인가. 영화는 명확한 답 대신, 그 질문을 끝까지 붙들게 만듭니다.